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치즈는 시간이 만든 물질로 천천히 발효되며 스스로의 성질을 변형시키고, 그 변화의 켜들은 시간이 남긴 흔적처럼 층층이 쌓인다. 하지만 시간이 만든 결과물도 예기치 못한 변수 하나로 전혀 다른 방향으로 흐를 수 있다.
쥐가 그 치즈를 소화시키기도 전에 고양이에게 삼켜지는 순간, 시간의 흐름은 계획과 다르게 꺾이고, 결국 ‘치즈맛 쥐’라는 예상치 못한 상황이 벌어지게 된다.
이 이야기의 우연이나 농담이 아닌 시간의 축적과 변수의 개입이 새로운 결과를 만든다는 점에 있다.
이번 전시에 참여한 두 작가 역시 평등한 시간 속에서 서로 다른 방식으로 시간과 물질을 다룬다.
조민지는 뜨개의 반복적 결속을 통해 시간의 결을 천천히 쌓아 올려, 하나의 층을 쌓을 때 마다 지나간 결이 조금씩 바뀌고, 그 층위가 물질로 굳어지며 시간이 형태가 되는 방식을 보여준다.
반대로 박현진은 면으로 이루어진 덩어리를 빠르게 얹고, 경화시켜 형태를 구성한다. 짧고 예측 불가능한 동작이 반복되며, 변수와 우연의 개입이 형태의 방향을 재빠르게 바꿔놓는다.
두 사람의 작업은 속도도 다르고, 시간을 다루는 태도도 전혀 다르지만, 그 차이 때문에 오히려 두 시간의 흐름은 충돌하고 겹쳐지며 새로운 결을 만든다. 마치 발효의 느린 시간과 고양이의 돌발적 개입이 만나 ‘치즈맛 쥐’라는 제3의 결과를 만들어낸 것처럼, 전시는 두 작가의 조형적 시간성이 엇갈리고 맞물리며 만들어내는 변화를 드러낸다.
<치즈맛 쥐>에서는 시간이 단순히 흐르는 것이 아니라, 예상하지 못한 변수와 관계를 관통하며 다른 존재로 나타남을 보여준다.
작가의 계획, 손의 리듬, 재료의 성질, 공간의 조건이라는 여러 변수가 서로 스며들어 각 작품은 서로의 영향으로 다른 ‘맛’을 가지게 된다.
평등한 24시간 속에서 당신의 시간은 어떤 속도로 흘렀는지, 또 누구의 시간이 스며들어 당신을 지금의 모습으로 변형시켰는지 변화를 경험해 보길 바란다.